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복잡하지 않지만 특별한 하루를 보내고 싶을 때, 우린 전주 한옥마을을 찾곤 해요.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골목, 돌아다닐수록 이야기가 쌓이는 공간. 그곳에서의 데이트는 그저 '놀러간다'는 말로는 부족해요.
데이트는 전동성당 앞에서 시작했어요. 고딕풍 건물과 한옥들이 묘하게 어울리는 풍경이 벌써부터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더라고요. 사진 몇 장을 찍고, 바로 옆 경기전으로 발걸음을 옮겼어요.
나무 사이로 햇살이 비추는 정원,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고요함. 그 풍경 속에서 우리는 아무 말 없이도 편안했어요. 경기전을 나와 근처 한복 대여점에서 커플 한복을 빌려 입었어요. 색동 소매와 흰 저고리가 전주 골목과 너무 잘 어울렸죠.
한복을 입고 오목대로 향했어요. 오르는 길은 살짝 숨이 찼지만, 도착해서 마주한 전주 시내 전경은 너무나 근사했어요. 바람이 한복 치마를 살랑살랑 흔들 때, 사진 찍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었답니다.
다시 내려와선 골목골목 걸었어요. 기와지붕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 전통 한과를 굽는 내음, 그리고 작은 공방에서 들리는 고운 음악 소리까지. 도시 속에서 이런 감성이 가능하구나 싶을 정도였어요.
중간중간 치즈핫도그, 인절미 아이스크림, 수제 한과도 빠질 수 없죠. 데이트엔 역시 먹방이 빠지면 섭섭하니까요.
걷다 보니 피곤해져서 전통 한옥을 개조한 카페 담온에 들렀어요. 마루에 앉아 대추차를 마시며 본 전통 담벼락 풍경은 지금도 제 핸드폰 배경화면이에요.
해질 무렵, 한옥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었어요. 두 사람이 누워도 넉넉한 온돌방, 하얀 종이창문을 타고 스며드는 조명, 그리고 조용한 마당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 그날 밤은 TV도 휴대폰도 내려놓고, 오롯이 우리만의 시간을 보냈어요.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야경 산책을 나섰어요. 불빛이 새어 나오는 한옥들 사이를 걷는 길, 그 순간이 어쩌면 이날 데이트의 하이라이트였을지도 몰라요.
전주 한옥마을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에요. 사람의 속도를 천천히 만들어주는 도시예요. 걸으면 걸을수록 마음이 가라앉고, 같이 있는 사람이 더 고마워지는 곳이죠.
다음 데이트를 계획 중이시라면 이번 주말엔 전주 한옥마을로 떠나보세요. 이 도시의 고요함은, 당신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감싸줄 거예요. 😊